왜 최초 상용화에 주목하는가?

5세대 이동통신(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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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내년 3월로 계획했던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가 올해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올 10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밝히면서 전 세계 5G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5G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제조사의 5G 통신장비(네트워크+단말기) 확보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과거 4G LTE 상용화 당시, 세계 최초 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하나 없이 전파를 쏘아 올리는 데 급급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전 세계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5G ‘세계 최초’ 상용화가
갖는 의미

5G 상용화는 단순히 ‘속도가 빨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빠른 속도는 물론, 지연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통신을 연결할 수 있는 기기가 많이 늘어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기존 이동통신의 영역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패드 등 통신 기기에 국한되었다면, 5G의 영역은 가전제품과 연결된 홈 IoT부터 자율주행차, 드론을 통한 조난자 구조와 지뢰 제거, 스마트 팜, 스마트 시티, 스마트 공장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로 확산된다.
예를 들어, 5G 시대에는 포켓몬고와 같은 증강현실(AR) 게임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하는 오아시스와 같은 가상현실(VR) 게임 등을 집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한 게임 프로그램과 HMD(Head Mounted Display)와 같은 기기 등도 출시될 것이다. 또한 유튜브와 같은 영상 서비스도 초고화질, 3D 입체영상 등으로 진화할 것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와 같은 기기 역시 그에 걸맞은 성능과 품질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통신 기술의 발전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 여러 분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 연쇄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5G 기술은 4차 산업혁명 관련 미래 신성장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초기 시장의 선점 여부에 따라 5G 시대는 통신장비 업계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선점에 따른 파급 효과 역시 엄청나게 크다. 실제로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는 2030년 5G가 창출할 사회·경제적 가치가 최소 47조 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는 2035년경 5G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효과는 1경 3,774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5G가 쏘아 올린 국가 간 경쟁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인 5G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 경쟁은 이미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 차원으로 넘어갔다. 5G는 ‘미래 먹거리’라 표현할 만큼 다른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국가의 글로벌 리더십을 결정하는 기술이다. 이를 두고 전 세계 국가가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무선통신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용량을 확장하기 위해 이미 2016년부터 5G 시험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며, 5G 기술 도입을 위해 연구·개발에 약 2,750억 달러(약 307조 1,500억 원)를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KOTRA 미국 5G 관련 통신장비 시장동향, 18.07.27). 또한 미 행정부는 자국 경쟁력 강화에 나섰으며, 5G 국유화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가장 시장친화적인 국가, 미국에서도 국가 주도로 IT 인프라스트럭쳐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나온 것은 5G 통신기술이 얼마나 주요한 국가 산업인지 시사하고 있다. 또한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10월부터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라이즌의 ‘5G 홈 서비스’는 이동통신 기기 형태가 아니라 고정형 무선접속(FWA)방식이다. 이에 5G는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집 안에서만 사용하는 건 진정한 의미의 5G 서비스가 아니라는 의견과 5G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상용 서비스라는 점에서 최초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버라이즌의 5G 서비스 시작으로 5G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은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5,000억 위안(약 85조 원)가량을 쏟아붓고, 중국 통신 3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이 별도로 1,800억 달러(약 196조 원)를 투자한다. 통신 인프라 구축 외에도 5G에 필요한 각종 사물인터넷(IoT) 제품, 단말, 반도체 등 5G로 파생되는 모든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화웨이, ZTE를 위시한 중국 통신장비업체도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화웨이 네트워크의 세계 점유율은 41%를 초과했으며, 화웨이 5G 통신 장비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정부는 ‘5G 공동 구축 활성화 방안’을 통해 이통사 3사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해 우리나라가 시장 선도할 방안을 모색해 행정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우선 5G 필수 설비인 관로와 전주 등을 3사가 공동으로 구축하고, KT가 소유한 필수 설비를 다른 이통사에서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임대 자격 명확화 내용을 고시 개정안에 담았다. 또한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모든 사업자가 유사한 환경에서 5G 기반의 혁신을 시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낙찰 경매금액이 통신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을 고려해 최저 경쟁가격을 산정하는 등 주파수 경매방안을 수립했다. 이후 5G 서비스를 동시 실시할 계획이다. 5G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사업자 간 최초 경쟁은 지양하고, 특정 사업자보다 한국 최초 상용화를 강조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10월부터 5G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 www.shutterstock.com

장비 선택은 국가 보안이 걸린 문제

5G 통신장비(네트워크+단말기) 선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장비 선정 조건에는 기존 LTE(4G) 장비와의 연동, 기술력, 생태계 활성화, 비용, 보안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국내 이통사 3사를 깊은 고민에 빠뜨린 것은 바로 중국 화웨이 장비다. 중국 화웨이 5G 장비가 감청 논란 등 보안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지난 6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통신 장비(화웨이, ZTE)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호주 정부도 지난 8월 같은 이유로 화웨이의 5G 장비 제공을 금지했다. 또한 일본 정부도 같은 달 화웨이, ZTE의 5G 통신장비를 입찰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술적으로 화웨이의 네트워크가 구축될 경우, 백도어를 설치해 자국의 기업기밀, 국가보안기밀 등이 중국으로 누출될 수 있다는 이유지만, 본질은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사 3사는 이와 같은 우려와 정부·여론의 반응을 살피며 장비 선정에 고심하는 가운데, 정부는 5G 네트워크 구축 관련 국민의 보안 우려를 해소하고, 이통사의 효과적인 보안 점검 지원을 위해 산·학·연 보안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5G보안 기술자문협의회'를 구성했다. 민관협의회는 5G 네트워크 구축 시 이통사의 자체보안 점검에 대한 기술자문, 5G 보안기술 동향 공유, 5G 시대의 보안 강화를 위해 필요한 기술정책 대응 방향 검토 등을 수행하고, 5G망 구축 완료 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국가 보안이 걸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안전한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