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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로부터 인체보호

최형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우리는 전자파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세계는 지금 5G, AI 등 가시적 기술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문에서 앞을 다투어 머리를 디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질세라 세계 최초 5G 전파발사라는 쾌거를 이루고, 5G의 원활한 상용 무선서비스를 위해 중계기와 기지국을 전국 방방곡곡에 촘촘히 세우느라 밤낮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 뒤에 숨은 장벽 중의 하나가 전자파 역기능 즉 ‘전자파에 대한 건강염려’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자파에 대한 건강염려는 1990년대 초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여전히 전자파는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5G 서비스 각축전에 여러 나라에서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5G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인체 영향 문제로 주민들이 기지국 설치를 반대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무선국의 설치 반대가 확산되면서 주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주파수의 무선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면서 생활 속 전파환경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에 우리는 더 많은 기기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우려 또한 높아지는 실정이다.

전자파와 인체 영향

전자파는 인체와의 상호작용으로 반사·투과·굴절되며, 이러한 상호작용은 전자파의 주파수, 강도 및 파형뿐만 아니라 인체의 크기, 조직, 자세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주변 환경과 거리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전자파에 의한 인체 영향은 주파수에 따라 자극작용과 열작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즉 100kHz 이하의 전자파는 신경과 근육조직의 자극작용이 나타나며, 100kHz ~ 10MHz에서는 자극작용과 열작용이 모두 나타난다. 그리고 10MHz 이상에서는 체온 상승의 열적 작용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한전의 전력선(60Hz)에 대한 영향은 자극작용에 의한 것이며, 휴대전화, 기지국은 체온상승인 열적 작용에 의한 영향이다.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은 명확한 건강 영향을 근거로 0Hz에서 300GHz 전자파에 대한 노출 한계를 정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와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에서 기준값을 만든다. WHO에서는 ICNIRP 지침을 따를 것을 각국에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지침을 준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전파법 제47조의2에 전자파로부터의 인체보호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여 전자파인체보호기준을 제정하여 고시하였으며, 휴대전화를 시작으로 기지국, 방송국 그리고 가전에 이르기까지 점차 대상 기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기지국을 설치할 경우 의무적으로 전자파 강도를 측정하여 인체보호기준에 적합함을 입증해야 한다. 또한 측정값은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5G 이동통신 서비스의 등장은 불안과 불신을 촉진시키고 있다.
소위 ‘5G 전자파가 안전한가?’에 대한 의문에 사실에 근거하여 궁금증을 풀고자 한다. 우리나라 5G 전자파는 3.5GHz 대역과 28GHz 대역의 주파수로서 지금 설치되는 기지국의 대부분은 3.5GHz 대역으로 기존의 4G와 전자파와의 인체 상호작용은 유사할 것이나, 향후 28GHz 대역의 전자파는 3.5GHz 대역의 전자파와 특성이 매우 다르며, 인체 상호작용 역시 다르게 된다. 즉 주파수가 높아질수록 인체 등 장애물에 의한 손실이 크며, 또한 인체 내부로 침투되는 에너지가 작고 대부분 피부층에서 흡수·반사되는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장애물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원활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 더 많은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출력은 낮게 되어 전자파의 인체 노출량은 감소하게 된다. 한편, 인체 영향에 있어서 28GHz 전자파는 피부나 안구 등에서 흡수·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우려하는 뇌암과 같은 인체 깊숙한 조직에서 발생하는 질환과는 다를 것이다. 따라서 걱정과는 달리 5G의 인체 영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또한 과도하게 염려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휴대전화 등 생활 속에서 접하는 낮은 레벨의 전자파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암 발생 가능성을 포함한 인체 유해성으로 유해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지만 유해 여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와 전자파로부터 건강 및 인체보호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0년부터 관련 연구소, 학회, 정부에서 안전한 전자파 환경과 인체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지만, 아직 완전한 신뢰를 얻기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전자파 이슈에 대해서 특히 중요한 것은 전자파 위험성에 대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 이해관계자 사이의 소통)이다. 먼저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신뢰성 있는 평가를 통해 전자파 발생 기기들이 전자파인체보호기준에 적합 여부를 공개하여 과도한 우려가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5G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무선통신기기 및 설비의 이용은 점점 늘어날 것이므로 이와 관련하여 사전에 기지국 설치를 해당 주민들에게 알리고 노출값, 설치 위치 등을 공개하여 주민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증거에 근거한 인체보호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일부 지역이나 단체에서 요구하는 과도한 안전계수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는 WHO에서도 경계하는 바이다. 또한 기기나 설비 그리고 환경에 대해 전자파 세기를 측정함에 있어 세심한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인체는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주파수로 여러 자세에 랜덤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시중에 시판되고 있는 측정기로 측정하여 단순하게 평가해서는 안 되며, 대상 기기에 따라 전용 측정기기를 사용하여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방법으로 전문가들에 의해 정밀하게 측정·분석되어야 한다.
전자파로부터 인체보호는 시대적 과업이며, 전자파 이슈가 국민들의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Risk culture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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