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st 人사이트 휴머노이드 로봇, 우리가 가야 할 방향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 인터뷰
로봇 AI 융합 미래산업
최근 로보틱스 스타트업 ‘피규어 AI’가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를 선보였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보면 BMW 공장 생산 라인에 투입돼 여러 작업을 수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느새 이렇게나 우리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는 로봇의 미래는 휴머노이드라고 확신하고 있다.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의 꿈의 무대, 로보컵

피규어02

로보틱스 스타트업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

피규어02

로보틱스 스타트업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

지난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테크돔에서 ‘로보컵 2024’가 열렸다. ‘로보컵’은 지난 1997년 일본 나고야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는 로봇들의 축구경기다. 사람이 리모콘을 조종해 로봇들이 하는 경기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스스로 공을 찾아 드리블과 패스를 하고 슛을 쏘아 골을 넣는다.
한태권 교수
“로봇들이 완전한 인공지능으로 자율주행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말로 표현하면 간단해보이지만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죠. 로봇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로보컵은 꿈의 무대고, 로봇 만드는 기술을 검증받는 시험대라고 할 수 있어요.”
한재권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와 에이로봇의 연합으로 구성된 히어로즈(HERoEHS:Hanyang Erica Robot Engineering for Human Society) 팀은 이번 대회에서 휴머노이드 어덜트 사이즈 리그 3위를 차지했다. 어덜트 사이즈란 로봇의 크기가 일반 성인 크기인 100cm~200cm인 로봇을 말한다.
“지난해엔 준우승을 했는데, 4강에서 저의 스승이신 데니스 홍 교수님이 이끄는 미국 UCLA 로멜라(RoMeLa: 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의 아르테미스 로봇과의 경기에서 아쉽게 분패했어요. 다행히 3・4위전에서 만난 중국 칭화대 헤파이스토스(Hephaestus) 팀에게 크게 이기며 3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 자율주행 로봇을 향하여

한태권 교수
로보컵 대회 초창기에는 로봇들이 1대 1로 경기를 펼쳤다. 점차 3대 3, 5대 5로 늘어났고, 평평하고 단단한 나무 바닥에서 경기를 펼치던 로봇들이 이제는 인공 잔디 위를 누빈다. 룰은 사람의 축구대회와 거의 같다. 정해진 시간 안에 골을 더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다. 몸싸움을 버텨야 하고, 심판의 눈을 피해 반칙도 한다.
로보컵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는 2050년에 이른바 완전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인간 월드컵 우승팀과 축구 경기를 펼쳐 우승하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10년 단위로 기술 발전 목표를 세웠어요. 이를테면 2010년엔 성인 사람의 크기만 한 로봇으로 대회를 열겠다, 2030년엔 축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축구 경기를 열겠다와 같은 목표를 말이죠. 신기하게도 이 목표는 조금의 오차도 없이 모두 달성되어 왔어요.”
그만큼 기술이 빠른 속도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재권 교수는 2011년부터 꾸준히 로보컵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28년 전만해도 허무맹랑하게만 들렸을 로보컵의 목표가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한 교수는 해마다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다. 어쩌면 로봇 축구의 우승은 2050년보다 더 앞당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왜, 휴머노이드인가?

은퇴로봇들

은퇴한 한양대 1,2세대 로봇

은퇴로봇들

(주)에이로봇 반려로봇 '에디'

은퇴로봇들

은퇴한 한양대 1,2세대 로봇

은퇴로봇들

(주)에이로봇 반려로봇 '에디'

한재권 교수는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개발하는 벤처기업 (주)에이로봇의 CTO(최고기술관리자)를 역임하고 있다. 2018년 로봇디자이너이자 공학자 엄윤설 대표와 함께 설립한 이 회사는 인공지능 로봇과 디지털 아트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문기업으로, 현재 반려로봇 ‘에디(EDIE)’와 웰컴로봇 ‘에이블(ABLE)’을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저의 반려자이기도 한 엄 대표와 로봇과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주)에이로봇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로봇을 연구하는 학자의 목표는 로봇과 인간의 공존입니다. 단순히 로봇이 인간의 영역 일부를 대신하거나 지원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로봇을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로봇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겠다는 뜻입니다.”
로보컵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쇼이다. 사람의 싱귤러리티(singularity, 특이점)를 넘어서는 세상, 즉 사람과 달리 숨이 차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스스로의 판단으로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는 로봇. 이것이 바로 다가올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스마트폰을 생각해보세요. 왜 우리는 아이폰을 보고 혁신이라고 생각했나요? 스마트폰 이전에 각 역할을 하던 디바이스들은 존재했어요. MP3, TV, 영화관, 컴퓨터 등. 이것들이 하나의 단말기로 합쳐지는 순간을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경험했고, 혁신에 열광했어요.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용접하는 로봇 팔, 서빙하는 로봇, 안내하는 로봇 등 부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은 많이 있습니다. 이 모든 역할을 하나의 로봇이 수행하게 되었을 때, 전혀 다른 세상이 올 거예요. 그것이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인 것이죠.”

미래 로봇산업을 이끌 젊은 인재가 필요해

한태권 교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미국과 중국 등이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을 동원해 끊임없는 기술발전을 이뤄내고 있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따라가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로봇산업 저변은 아직 많이 약해요. 우리 한양대와 같은 로봇공학과를 개설한 학교도 많지 않거니와 졸업 후 취직할 곳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죠. 그 돌파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 교수는 학사과정에서 학생들이 실제 현장을 경험하고, 로봇을 만들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해마다 로보컵에 도전하는 것도 학생들에게 이만한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이다. 해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발전을 이뤄내야 하고, 세계 유수의 로봇 기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히어로즈 3세대

한양대 히어로즈 3세대 로봇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로보티즈의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 참가했어요. DRC는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 DARPA)이 개최하는 세계적인 재난 로봇 대회인데, 가상의 원자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사람 대신 복구 작업을 하고 빠져나오는 미션을 수행해야 했죠. 당시 카이스트 휴보가 1등을 차지했고, 우리 팀은 15위에 그쳤습니다.
이 경험은 한 교수가 ‘젊은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었다. 미국, 일본 등 유수의 연구팀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라도 더 빨리 인재를 키우고 실력을 향상시켜야만 다가올 미래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다양한 세계 대회에 출전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연구기관과 교류함으로써 학생들이 최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주)에이로봇과의 협업, 공동연구, 취업연계 등을 통해 로봇산업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KTL 로봇시험인증센터와 한양대 ERICA

한태권 교수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만큼 예기치 않은 위험을 동반하게 된다. 이를 대비하고, 국제표준에 맞는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시험과 인증이다. 현재 활용도가 많은 산업용 로봇의 경우 제품과 시스템에 대한 안전인증이 마련되어 있지만 사람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협동로봇에 대한 기반 구축은 미비한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 KTL을 주관기관으로 한 ‘로봇시험인증센터’가 개소했다.
‘로봇시험인증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이 생겼다는 것은 앞으로 로봇 관련 인증을 받아야 할 때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로봇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계획단계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요. 사실 로봇은 계속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중이고, 인증이라든가 제도같은 것들은 뒤따라올 수밖에 없거든요. 제품이 나와야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이 어떻게 제품화될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로봇시험인증센터와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 교수는 한양대 ERICA 캠퍼스 바로 옆에 KTL이 위치해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았다. 자전거로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에 있어 언제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공학과가 위치한 한양대 ERICA 캠퍼스는 산학협력 클러스터 중심 대학인만큼 여느 캠퍼스보다 역동성을 가지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데 거부감이 없죠. 앞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할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에 함께 기여할 수 있도록 KTL과 함께 달려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
Vol.46
September | Octo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