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만남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노력’ 배우 이주승을 만나다
스페셜 ON 지구력
어린 시절 9년간 태권도 선수로 활약하는 동안에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노력해온 사람.
독립영화로 데뷔해 15년을 배우로 활약하는 동안에도 영화, 드라마, 연극을 쉼 없이 내달리며 스스로를 성장시켜온 사람.
배우 이주승은 그렇게 버티고 견뎌내며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KTL TRUST 독자분들에게 인사 한 마디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배우 이주승입니다.
    현재 1인 2역의 연극 ‘테베랜드’와 TV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를 통해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 오는 9월 24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테베랜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2010년 연극 ‘낮잠’에 출연한 이후 다섯 번째 작품인 것으로 아는데,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시겠어요?
    극작가 ‘S’가 자신이 만난 실제 존속살해범 ‘마르틴’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존속살인 주제의 연극을 써요. 그리고 그 ‘마르틴’을 주인공으로 무대에 세워 공연을 올리려고 하는데, 극장 측에서 거절을 하죠. 결국 ‘S’는 마르틴을 연기할 ‘페데리코’라는 배우를 다시 섭외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르틴’는 현실과 작품 속 자신을 혼동하며 혼란스러워 하죠. 과연 이 연극은 무사히 공연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을 담아낸 것이 바로 ‘테베랜드’의 줄거리입니다. 그리고 저는 존속 살해범 ‘마르틴’과 그를 연기하는 배우인 ‘페데리코’, 1인 2역을 연기하고 있어요. 재밌었던 것은 이 작품이 1인 2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두 인물의 캐릭터 차이를 두지 않고 관객이 점점 헷갈리도록 만든다는 점이에요. 결국엔 우리 모두 상황이 다르게 태어났을 뿐 같은 사람이라고, 더 나아가 결국 인간은 다 똑같다는 메시지를 말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대사량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이것 외에도 어떤 부분들이 힘들었나요?
    힘들고 어려웠던 점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 몇 개를 뽑으라면 방대한 대본에 지문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에요. 때문에 대사의 속뜻을 파악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죠. 게다가 80페이지에 달하는 대본을 2명이서 연기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대사를 감당해야 했어요.
배우 이주승
  • 어떻게 극복해내셨나요? 연습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나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했어요. 해내야 하는 일이니까 할 수 있다고 저 자신을 믿는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했고, 무식하게 계속 연습하는 방법뿐이었어요. 에피소드는 크게 없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가 시간의 쫓김 속에서 연습해야 했으니까요. 일어나면 대본부터 보고 하루일과가 끝나면 한 번 더 연습하고 자고.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집중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저 역시 계속 작품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 같아요.
  • KTL TRUST 이번호의 주제가 ‘지구력’이거든요. 이미 80페이지의 연극 대본을 외웠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엄청난 지구력 능력자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힘의 원천은 어디서부터 얻고 있나요?
    결국엔 끈기 있는 정신이 아닐까 싶어요. 몸을 지배하는 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그것을 성장시키는 것은 정신이니까. 항상 무언가를 할 때 집중력을 높인다면 지구력이 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집중력이라고 해서 시야를 좁히면서 선명해지게 만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넓게 보려고 하면서 또렷하게 바라본다’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네요.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안전한 선택과 무모한 선택 중 어떤 걸 더 선호하는 편인가요?
    저는 제가 잘 하는 걸 하는 것보다 생각지도 못한 일에 도전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암기력이 좋지 않거든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학창시절에 공부를 정말 못하는 그룹에 속했었어요. 5년 전 ‘킬롤로지’라는 작품으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왔었는데 그때도 3인극에 엄청난 양의 독백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때 이것을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연습했는데 결국엔 해냈고 지금 ‘테베랜드’를 해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결국은 무모한 선택은 없다고 생각해요. 나를 믿고 행동하면 결국엔 누구든 해낼 수 있습니다.
  • 작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가요? 기준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선택을 하는 기준은 ‘모르겠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면 하는 것 같아요. 이 이야기를 내가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알고 싶다. 이 작품을 통해 인간으로써 더 성장하고 싶다. 그게 가장 크지만 아직 만나보지 못한 ‘캐릭터’에도 매력을 느끼는 편이에요. 결국엔 ‘새로움’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네요. 그리고 역할이 정해지고 나면 다른 작품을 준비할 때 했던 루틴이나 질서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대본이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으로 완전히 백지상태로 돌아가 새로운 루틴을 만드는 것이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요한 건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열정과 노력이겠죠.
배우 이주승
  •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속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습은 굉장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 역시 무모한 도전 중 하나였을까요?
    맞아요. 지금까지 출연작에서 악역을 많이 맡았었다보니 알아보셔도 다가오지 못하시고, 혹은 ‘기운’적으로 나쁘게 바라보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제가 모르는 사람에게 경계하는 심리도 생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출연 섭외가 왔고, 제가 그것을 겁내거나 움츠려들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그런 벽들이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덕분에 이제는 참 많은 분들이 저를 알아봐주시고 반갑게 인사도 해주시게 되었으니, 시작은 무모했을지언정 결국엔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해요. 준비 중인 것들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말로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계획을 짤 수가 없는 인생인 것 같아요. 다음에 어떤 영화, 드라마, 연극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으며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캐릭터로 숨 쉬고 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게 배우가 가진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만남을 기대하며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신을 가꾸어 나가는 게 계획이라면 계획입니다. 더불어 저는 창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화 시나리오를 열심히 쓰고 있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게 목표에요. 지금은 두 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경험밖에 없지만 더 나아가서 장편영화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 목표를 위해 여가시간에 대본을 쓰고 영화를 보고 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배우 이주승